질긴 인연의 시작
어린 시절, 클로에는 머리가 나쁘고 눈치도 없는 아이였다. 그와 반대로 똑 부러지고 총명한 아이였던 에이다는 바보 같은 클로에를 내심 무시하고 기피했다. 밝은 성격의 클로에는 항상 아이들의 중심에서 모두를 이끄는 반면, 자기중심적인 성격의 에이다는 혼자 소외될 때가 많았다.
이에 두 사람을 돌보던 보육교사는 소외된 에이다를 어떻게든 도와주려 애썼고, 그 방법으로 클로에와 에이다 둘을 모아 두 사람은 앞으로도 서로 의지할 수 있는 좋은 친구가 될 것이라는 말로 설득하였다.
클로에는 이 설득을 말 그대로 에이다와 좋은 친구가 되는 것이 중요하다고 받아들였지만, 에이다는 한시라도 빨리 클로에를 굴복시켜야 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말로 받아들였다.
이때부터 이미 두 사람의 관계가 삐걱거리기 시작한 것이다.
학창시절
청소년이 된 이후에도 클로에는 여전히 친구들에게 둘러싸인 인기인이었지만, 에이다는 학우 관계 따위 시간 낭비라는 듯 다가오는 모든 이들을 거절하며 홀로 겉돌았다. 클로에는 그런 에이다의 태도가 세계를 구원할 만큼 비상한 언니 '코드' 때문일지도 모른다는 나름의 결론에 도달했다.
그러던 어느 날, 함께 하교하던 두 사람은 에이다를 스토킹하던 괴한과 마주쳤다. 클로에가 용감하게 괴한을 퇴치해 에이다를 지켜냈을 때, 에이다는 클로에에게 처음으로 고마움을 느꼈다.
다음 날, 에이다는 자신을 지키다 트레이닝복이 찢어진 클로에를 위해 새 트레이닝복을 준비했다. 하지만 학교에서 마주한 것은 "내가 에이다를 도와줬다"며 친하지도 않은 아이들에게 무용담을 늘어놓는 클로에의 모습이었다. 자존심 강한 에이다는 자신이 도움받은 일을 남들에게 쉽게 떠벌리는 클로에에게 실망했고, 그렇게 두 사람의 관계는 다시 멀어졌다.
그리고 이 무렵. 니르반에는 '공허'의 침식 현상이 시작되고, 크립틱의 수장이 된 코드는 이 재앙의 전조로 인해 깊은 고뇌에 빠져든다.
격투가의 꿈 #1
에이다와의 사건이 있고 얼마 지나지 않았을 무렵, 클로에는 우연히 당대 청소년 최강 격투가 자넷의 경기를 관람하게 되었다. 자넷의 모습에 매료된 클로에는 신체적 재능을 살려 세계 최고의 학생 격투가가 되겠다는 꿈을 품게 되었고, 주변 친구들도 그녀라면 해낼 수 있을 거라며 응원했다.
하지만 신체 강화와 기계 의체가 보편화된 니르반의 세계에서, 순수한 신체 단련을 추구하는 클로에의 이상은 에이다에겐 무가치하게만 보였다. 에이다는 그 이상을 직접 꺾어주겠다며 크립틱의 기술력으로 자신의 몸을 한계 이상으로 강화해 격투기 대회에 나섰다.
몇 달 뒤 열린 청소년 챔피언십에서 클로에는 준수한 실력을 보였으나, 신체 강화 시술을 받은 선수를 상대로 처참히 패배했다. 반면 에이다는 처음 출전한 경기에서 챔피언 자넷을 꺾고 우승을 차지했다. 클로에는 패배에 좌절하지 않고, 우승을 거머쥔 에이다에게 진심으로 축하를 건넸다.
격투가의 꿈 #2
이후로도 클로에는 포기하지 않고 자신을 단련했다. 에이다는 그런 클로에를 비웃듯 무리하게 강화 시술을 거듭하다 끝내 부작용과 신체적 한계에 부딪힌다. 에이다를 걱정하는 클로에. 그녀는 에이다에게 시술을 멈추고 함께 연습할 것을 권하고, 에이다는 시술을 멈추는 것에는 동의하지만 클로에와의 연습은 거절한다.
그리고 약 일 년 후. 클로에는 노력 끝에 마침내 순수한 인간의 몸으로 대회의 챔피언이 되는 쾌거를 이뤘다. 클로에는 최고의 목표가 되어준 친구 에이다에게 우승의 영광을 돌렸지만, 에이다는 코드의 명령으로 크립틱에 합류하기 위해 학교를 떠나게 되고 두 사람의 시간은 여기서 잠시 멈추게 된다.
그리고 얼마 뒤, 공허 침식은 더 심각한 수준에 이르게 되고, 코드의 선언과 함께 『차원항행선 프로젝트』가 시작된다.
세계의 멸망 앞에서
공허에 맞서 분투하는 크립틱을 본 클로에는 그곳에 들어가 함께 싸우기로 결심하고, 강화 연구소 의체 개발부에 지원했다. 하지만 공학에 대한 지식이 전무했던 그녀에게 입사 과정은 순탄치 않았다.
사실상 탈락이 결정되었던 순간, 클로에의 지원서를 확인한 에이다가 모습을 나타냈다. 클로에에게 패배한 이후 모습을 감췄던 에이다는 강화 연구소의 소장으로서 공허와 맞서고 있었다. 반가워하는 클로에와 달리 에이다는 인사 대신 공허와 맞서는 것이 가능하겠냐는 질문을 던졌다. 클로에는 늘 그래왔듯 마음만 먹으면 안 되는 건 없다며 씩씩하게 답했고, 그 모습에 에이다는 작은 희망을 느꼈다.
에이다는 클로에를 공허 의체의 운동 능력 테스터로 입사시켰다. 이후 클로에는 모의 전투를 반복하며 필요한 데이터를 수집하고, 공허 의체 개발에 기여했다. 멸망해 가는 세계 속에서도 웃음을 잃지 않는 클로에 모습은 많은 이들에게 희망이 되었다.
꿈의 끝
하지만 절망은 곧 찾아왔다. 침식으로 인해 크립틱 산하의 군수 공장이 폭발했고, 때마침 공장을 시찰 중이던 에이다가 사고에 휘말린 것이다. 급히 크립틱 중앙 의료원을 찾은 클로에는 에이다가 뇌를 제외한 전신이 공허에 침식되었다는 처참한 소식을 전해 듣게 되었다.
살아남기 위해 전신을 기계로 대체하는 수술을 진행하게 된 에이다. 수술실 문 너머에서 클로에는 고통스러울 친구를 위해 위로를 건넸다. 그러나 극도의 고통 속에서 에이다는 클로에의 위로를 받아들일 수 없었다.
꺼지라는 에이다의 절규와도 같은 목소리에, 클로에는 자신의 위로가 에이다에게 오히려 상처가 되었다는 것을 깨달았다. 그렇게 처음이자 마지막으로, 클로에는 에이다를 등진 채 의료원을 나섰다.
어긋난 마음
결국 니르반은 공허에 의해 멸망하고, 코드가 만든 차원항행선은 니르반을 떠나 새로운 차원인 벨라나에 도착했다.
가바 제도에 정착한 사람들은 주둔지를 세우고 삶을 재건했으며, 클로에 또한 개발 초기부터 앞장서 활약하며 모두의 귀감이 되었다. 가바 제도 개발이 한창일 무렵, 클로에는 에이다가 강화 연구소를 전신으로 삼아 군사 부대인 '오르투스단'을 결성하고 사령관 자리를 맡았다는 소식을 듣게 되었다.
시간이 흐르고 니르반 사람들이 가바 제도의 생활에 적응해갈 즈음, 에이다가 이끄는 오르투스단이 전쟁을 준비하고 있다는 흉흉한 소문이 돌기 시작했다.
멈추지 않는 걸음
소문을 들은 클로에는 과거 자신이 손을 놓은 탓에 에이다가 엇나간 길을 걷게 된 걸지도 모른다며 자책했다. 이내, 소문의 진상을 직접 확인하기 전까지는 믿을 수 없다며, 만약 사실이라면 목숨을 걸고서라도 엇나간 친구를 직접 막겠다고 다짐했다.
클로에는 오르투스단 기지에 잠입하며 에이다의 행방을 쫓았지만, 매번 쫓겨나거나 침입자로 몰려 병사들에게 쫓기기 일쑤였다. 주변 사람들은 모두 클로에의 안전을 걱정하며 이제 그만 포기하라 했지만, 클로에는 결코 포기하지 않았다. 자신이 에이다를 포기했던 탓에 그녀가 변하게 되었다는 죄책감 때문이었다.
앞으로도 클로에는 계속해서 에이다를 찾아갈 것이다. 설령 자신의 목숨이 위험해진다고 하더라도.